[시승기] 장거리 여행자들을 위한 새로운 동반자,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랠리

오토캐스트 기자 2024-05-14 18:37:52
두카티의 상징은 고성능 스포츠 모터사이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나 트랙을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실제로도 두카티는 해당 장르에서 강점을 보인다.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최고봉인 모토GP에서의 활약이 그런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두카티는 다른 장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두카티 유일의 듀얼퍼포스 모터사이클인 멀티스트라다가 대표적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오프로드 영역을 넘나들었던 멀티스트라다는 최신 버전에서 대놓고 ‘랠리(Rally)’라는 이름을 모델명에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는 전천후 장거리 투어러를 지향한다. 때문에 기본형 멀티스트라다 V4 S의 날렵한 디자인 정체성은 유지한 채 터프한 디테일을 더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연료탱크다. 23L였던 멀티스트라다 V4의 연료탱크 용량을 30L까지 확장시켰다. 측면을 감싸는 페어링 소재에도 변화를 줬다. 가공 처리된 알루미늄 소재를 그대로 노출시켜 원초적인 느낌을 더했다.

앞뒤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도 늘어났다. 기존 멀티스트라다 V4 S가 앞뒤 각각 170mm와  180mm였던 것과 비교해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는 앞뒤 모두 200mm로 늘어났다. 때문에 시트 높이도 870/890mm까지 소폭 높아졌다. 추가적으로 차체 하단부를 보호하기 위한 스키트 플레이드가 기본 장착된다.

이 같은 변화만 놓고 보면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와 V4 S 사이의 차이가 클 것 같다. 두 모델을 나란히 놓고 본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봤을 때는 변화의 폭을 감지하기 어렵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의 30L짜리 연료탱크 부피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멀티스트라다 V4 S 특유의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끝으로 갈수록 올라가는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을 유지한 영항이 크다.

멀티스트라다 V4 S와 유사한 실루엣만큼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의 주행 감각은 여전히 날렵하다. 차체와 시트고가 높아져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걱정스럽지 않다. 정차 때마다 차체 높이가 최저로 설정되는 ‘미니멈 프리로드’라는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 덕분이다. 물론, 30L에 달하는 연료탱크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공차중량이 270kg에 육박하기 때문에 무게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긴 한다.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면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무게 중심이 차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무게를 상쇄할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 힘을 만들어내는 엔진은 멀티스트라다 V4 S와 동일하다. 4개의 실린더가 앞뒤로 각각 90도 형태로 배치된 1,158cc 배기량의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은 회전대에 따라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7,000rpm 이하에서는 두툼한 토크감이 느껴지는 2기통 엔진 같다. 반면 회전수가 7,000rpm을 넘어서면 4기통 특유의 쥐어짜내는 듯한 맹렬한 힘이 느껴진다. 12.3kg.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8,750rpm에서 만들어지고 170마력의 최고출력은 10,750rpm에서 정점을 찍는 고회전 엔진이지만 모든 회전대에서 힘이 넘친다.

엔진 제원만 놓고 보면 멀티스트라다 V4 랠리가 과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전혀 그렇지 않다. 엔진 반응이 부드럽고 모든 힘이 일정하게 발휘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스로틀 반응이 날카로워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의 강력한 힘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에는 두카티가 자랑하는 전자제어식 스카이훅 서스펜션 에보가 적용된다. 동승자 유무, 적재된 짐의 무게에 따라 차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은 물론, 감쇠력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더해졌다. 서스펜션 설정은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스카이훅 서스펜션 에보는 어떤 설정에서도 노면의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고, 엔진의 강력한 출력을 뒷바퀴를 거쳐 노면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차체 아래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멀티스트라다 V4 랠리가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에 라이더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동시에 자신감이 크게 향상된다. 매끈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 표면이 고르지 못한 비포장도로, 쭉 뻗은 직선주로, 코너가 반복되는 굽이 길 등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와 함께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길을 빠르고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에 적용된 투어링 전용 스크린으로 방풍 성능이 향상되어 자신감 있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대표 주자인 두카티의 일원답게 코너를 달릴 때의 재미도 쏠쏠하다. 몸을 길 안쪽으로 넘기고 스로틀을 감고 푸는 것만으로도 스포츠 모터사이클 탈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9인치 프런트 휠과 커진 연료탱크로 인한 앞머리의 무게 증가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듀얼퍼포스 모터사이클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움직임이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의 전천후 성능은 다양한 주행모드로도 경험할 수 있다. 중심이 되는 투어링 모드는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과 약한 엔진 브레이크 강도를 통해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이 모드를 기점으로 어반 모드는 도심 주행에 적합하도록 출력을 줄이고, 스포츠 모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멀티스트라다 V4 랠리의 모든 힘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엔듀로 모드는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전자장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무엇보다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는 장거리 여행에서 큰 이점을 발휘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경고 장치 등의 완벽한 전자장비 구성,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엔진, 최고 수준의 공기역학이 더해진 결과다. 덕분에 2박3일 간 900km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한 뒤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두카티가 멀티스트라다 V4 랠리를 두고 ‘새로운 모험을 찾는 사람을 위한 세계 탐험용 모터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글·사진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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