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포츠와 클래식의 절묘한 조화’ 두카티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

오토캐스트 기자 2023-06-02 14:15:19


언제부턴가 클래식 모터사이클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인기 비결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방법은 클래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디테일을 더하거나 최신 전자장비 등을 얹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래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쪽과 최신 유행을 쫓는 쪽,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두카티 스크램블러 라인업이 바로 이런 방식의 좋은 예다. 그중에서도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두카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동시에 뽐낸다.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조합은 의외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디자인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그란 헤드램프, 물방울 형태 연료 탱크, 브라운 컬러 시트 등이 클래식 디자인을 완성하는 요소다. 반대로 스포티한 요소도 가득하다. 차체 우측으로 박력 있게 튀어나온 업스타일 머플러, 스포크 휠, 간결하지만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 계기판 등이 대표적이다. 각 부분을 따로 놓고 봐도 멋지지만, 모든 요소들의 조합은 그보다 더 멋지다. 여기에 연료 탱크와 프런트 펜더에 1970년대 두카티를 오마주한 옐로 컬러가 더해져 시선을 더욱 사로잡는다.



결과적으로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의 디자인은 모두가 좋아할 만한 모습이다.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심지어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다. 이 정도면 디자인만으로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의 매력은 디자인에서 끝이 아니다. 달렸을 때, 바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사실 겉으로 보면,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의 성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엔진이 커 보이지 않는다. 배기량이 1079cc인 소위 ‘오버리터’ 엔진이지만 컴팩트한 설계 때문에 아래급인 스크램블러 800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엔진, 결코 만만치 않다. 공랭 방식임에도 86마력의 최고출력과 88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스로틀을 감을 때 느낌이 매력적이다. 거칠지만 의외로 고회전 영역까지 시원하게 회전한다. 생각보다 저회전 영역에서의 힘도 충분해 공차중량이 211kg인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를 호쾌하게 몰 수 있다. 물론, 무게 대비 출력이 강한 게 아니라서 절대적인 성능은 아주 빠르거나 매섭지 않다. 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과 감성은 스포티하다.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때마다 시원하게 터지는 배기음이 이런 느낌을 배가한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의외로 코너를 달리는 맛이 있다. 사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코너를 달리기에 불리한 조건이 많다. 타이어부터 온로드 전용이 아닌 온·오프로드 겸용인 피렐리 MT 60 RS다. 폭은 앞뒤 각각 120mm와 180mm로 넉넉하지만, 재질이나 트레드 패턴이 스포츠 주행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또 하나는 매끄러운 형상의 연료 탱크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과격한 스포츠 주행 시 무릎으로 차체를 단단히 잡는 ‘니 그립(knee grip)’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날렵하게 달린다. 일단 무게중심이 낮게 잘 잡혀 있는 게 크다. 그래서 달릴수록 무게감이 덜하다. 결정적인 건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다. 서스펜션의 앞뒤 가동 범위는 모두 150mm로 긴 편이다. 그러나 댐핑 값이 단단해 급가속과 급정지 시 피칭이 심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크고 작은 충격은 잘 거슬러 준다. 편안하게 달릴 땐 두툼한 타이어와 스포크 휠의 조합으로 승차감까지 좋다. 

브레이크는 더욱더 인상적이다. 클래식 모터사이클에는 오버 스펙일 수 있는 브렘보 모노블럭 캘리퍼와 320mm 디스크 한 세트를 앞쪽에 장착했다. 타이어 접지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급정거 시 ABS가 개입할 만큼 브레이크 성능이 다른 부분을 압도한다. 이 정도면 주행이 불안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에는 클래식 모터사이클로서는 이례적으로 첨단 안전장비가 넉넉하게 더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티, 저니, 액티브 등 세 가지로 준비된 주행 모드는 각각 스로틀 반응과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량을 바꿔준다. 그래서 시티 모드로 달릴 땐 안정감이 넘치고, 액티브 모드에서는 활기차다. 여기에 코너링 ABS까지 더해져 코너 주행 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조합 덕분에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협소한 길이든, 고속 코너든 가리지 않고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달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재밌다. 

때때로 달리다 보면 엔진 출력이 좀 더 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클래식한 외형을 갖춘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에게는 100마력 미만의 출력이 적당할 것 같다. 그 이상이었으면 불편한 니 그립과 부족한 타이어 접지력으로 인해 불안감만 커졌을 테니. 오히려 이런 아쉬움과 부족함이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의 매력과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는 범용성이 뛰어나다.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과 적은 엔진 열 덕분에 시내에서 몰기 부담이 없다. 앞서 언급한 특성은 스포츠 주행에서 만족감을 높여준다. 심지어 승차감도 좋아 장거리 투어 때도 든든하다. 가동 범위가 긴 서스펜션과 온·오프로드 겸용 타이어 덕분에 가벼운 임도 정도는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스크램블러 1100 트리뷰토 프로가 현재 시장에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클래식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이 같은 범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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